쿠팡 개인정보 유출 이후 ‘탈팡’ 가속화…이커머스·대형마트 판도 변화

2026-01-06

최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단순한 보안 이슈를 넘어, 국내 유통업계 전반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쿠팡을 떠나는 이른바 ‘탈팡’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경쟁 이커머스 기업과 대형마트들이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 이용자 감소, 숫자로 확인된 변화

실시간 앱·결제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기준 쿠팡의 주간 활성 이용자 수(WAU)는 약 2772만 명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종합몰 앱 가운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불거지기 직전과 비교하면 약 5.8% 감소한 수치다.

수치만 놓고 보면 큰 변화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 이커머스 시장에서 수백만 단위의 이용자 이동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신호다. 특히 쿠팡처럼 충성 고객 비중이 높았던 플랫폼에서 이탈 조짐이 나타났다는 점은 업계 전반에 긴장감을 불러오고 있다.

중국계 이커머스도 타격…신뢰 문제가 변수

흥미로운 점은 쿠팡만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의 이용자 수 역시 감소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 달 새 16% 이상 이용자가 줄었고, 테무도 소폭 하락했다.

이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의 유력 용의자가 중국 국적이라는 점, 그리고 유출된 정보가 중국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대된 결과로 해석된다.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개인정보와 보안에 민감해진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셈이다.

국내 이커머스, 조용하지만 확실한 반사이익

반대로 국내 플랫폼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주간 이용자가 10% 이상 늘었고, 11번가 역시 소폭이지만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쿠팡 대체재’를 찾는 소비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기보다는, 기존에 익숙했던 국내 서비스로 분산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검색·콘텐츠·결제 생태계와의 연계성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송과 반품, 경쟁의 핵심 키워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아 서비스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마켓컬리와 협업한 ‘컬리N마트’를 선보이며 신선식품 영역을 강화했고, 롯데마트와의 협업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망까지 흡수하고 있다.

11번가는 ‘슈팅배송’과 ‘슈팅설치’를 앞세워 빠른 배송과 대형 가전 설치까지 아우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업계 최초로 ‘당일 반품 서비스’를 도입하며, 구매 이후 경험까지 차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제 이커머스 경쟁의 핵심은 단순히 “얼마나 빨리 보내느냐”를 넘어, “얼마나 불편 없이 사고, 돌려보낼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물류업계도 함께 움직인다

쿠팡은 자체 직배송 시스템을 통해 국내 택배 시장의 약 40%를 차지해 왔다. 반면 다수의 이커머스 업체들은 외부 물류사에 의존해 왔는데, 쿠팡 이용자 이탈이 본격화될 경우 물류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CJ대한통운과 한진이 주 7일 배송 체제를 도입했고, 최근에는 롯데택배까지 합류하며 배송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곧 이커머스 업체들이 쿠팡 수준의 배송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갖춰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쿠팡 독주 체제, 균열의 시작일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쿠팡의 시장 지배력을 단번에 흔들 만큼의 결정타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 ‘쿠팡 아니면 불편하다’고 여겨졌던 소비자 인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지고, 기업 간 서비스 격차가 줄어드는 지금의 흐름은 장기적으로 국내 유통 시장의 경쟁 구조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한 이용자 수 회복이 아니라,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고 유지하느냐가 될 것이다.